유엔 기후 자금 합의, 충분하지 않다? COP29에서의 갈등 속 도약
COP29, 무엇이 문제였는가?
매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 위기를 논의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이번 COP29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며, 과연 기후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나 2주 간의 협상 결과를 돌아보면, 성과는 “절반의 성공” 그 이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기후 자금(climate finance)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는데요. 부유한 선진국들이 연간 300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담보되지 않은 약속"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실질적인 변화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후 자금이란? 그리고 왜 중요한가?
기후 자금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완화 및 적응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경제적 지원을 뜻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및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죠.
COP29에서의 성과
기존 2030년까지 년간 1000억 달러 지원 공약에서, 선진국들은 이를 3000억 달러로 상향한다는 합의를 이룬 점은 진전된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개발도상국들이 요청한 연간 1.3조 달러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예를 들어, 유엔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2030년까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총 5.8조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이번 합의로는 필요한 자금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COP29의 긴박했던 순간들
바쿠의 협상은 극적인 악조건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회의는 원래 일정인 금요일 오후 6시를 넘겨 일요일 새벽 3시까지 연장되며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대표단은 귀국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협상장을 떠났고, 다른 이는 공항 가방을 끌고 협상에 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협상이 이처럼 연장된 이유는 앞서 두 차례 COP 회담에서도 있었던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COP28에서는 화석 연료 사용 축소 문구를 합의문에 처음 포함시키는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고, COP27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을 두고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COP29
COP29의 기후 자금 합의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외교적 실패를 겨우 면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오트마 에덴호퍼(Ottmar Edenhofer) 교수는 “이번 회담은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붕괴를 막았다”고 평하며, “현재 협상 방식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öm)은 “현재 연간 3000억 달러 약속은 필요 자금 대비 너무 적고 또 너무 늦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기후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선 공공 및 민간 재원 모두를 2030년 이내에 확보해야 한다”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선진국 vs. 개발도상국 : 반복되는 기후 외교 갈등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대립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입장 차이였습니다.
- 개발도상국들: 새로운 자금 공약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투명성과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선진국들: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하며, 추가적인 자금 모빌리제이션(동원)을 위한 다자 기구와 민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미 현재의 약속을 지키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향후 협력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새로운 협상 구조가 필요하다
COP29는 성공보다 한계를 더 선명히 보여준 회담이었습니다. 이제 전 세계는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 기후 금융의 실효성을 불러오는 새로운 국제 협상 체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부유한 나라들이 진정으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론: 시작은 되었지만, 길은 멀다
바쿠에서의 합의는 완전하지 않지만,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또 다른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실질적 변화는 각국의 의지와 신속한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단 하나의 주소에 삽니다.”
이 말을 곱씹으며, 각국이 기후 위기 속에서 더 협력적이고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COP30이 열릴 때까지, 우리가 다음 발걸음을 어떤 방향으로 내딛을지 주목해 봅시다.